2b/이비 님 글 커미션
세상 모든 것에는 상반된 두 방향이 존재한다. 이분법적 논리에 기반한 단순하고도 어리석은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이런 것이다. 주먹을 휘두르는 자가 있다면 그 주먹에 맞는 자가 있다. 무언가를 얻는 게 가능하다면, 무언가를 잃는 것 또한 가능하다. 사랑이 건네지는 것이라면, 사랑은 건네받는 것이기도 하다.
이것 또한 지나치게 축약된 사고방식의 결과임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것은 긍정과 부정에 대한 것도, 옳고 그름에 대한 것도 아니다. 단지 역할의 문제다. 그러니 언제고 역할은 달라질 수 있다. 주먹에 맞은 자 또한 언제든 주먹을 휘두르는 자가 될 수 있으며 ‘무언가’는 사라질 수도, 존재할 수도 있다. 사랑이 가진 권위와 위로는 시시때때로 모습을 드러냈다 감추기를 반복한다.
그러니까,
불을 켜는 사람이 있다면, 불을 끄는 사람도 있다.
그리고 준호는 언제나 후자의 사람이었다.
누군가 붙여둔 불이 사그라들어갈 때, 남은 불씨를 완전히 꺼트리는 사람.
That's All I've Got To Say
이른 새벽. 도시는 아직 잠들어 있었다. 하늘은 곧 아침이 밝아올 것임을 예고하는 듯 다소 어슴푸레했지만, 해가 떠오를 것 같지도 않았다. 청소부들이 일을 시작하기 전의 아침 거리는 몹시 너저분했다. 아무리 도시의 동쪽에 위치한 부촌이라 하더라도, 맨해튼의 일부인 이상 밤사이 행해지는 사소한 습격을 벗어날 수는 없었다. 야경꾼들이 부지런히 순찰을 돌고 부랑자들을 쫓아내도, 어째서인지 하룻밤만 지나면 갖가지 쓰레기와 오물이 거리에 가득했다. 머레이 힐의 주민들이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것은, 청소부들이 해가 뜨기 전 잽싸게 움직여 거리를 치우기 때문이다. 어떤 관점에서는, 머레이 힐의 부자들이 청소부들에게 놀아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도시는 이렇게 범인은 없고 범행 현장만 남아 있는 미제사건이 매일 밤 반복되는 곳이었다. 게다가 현장이 누군가의 눈에 띄기 전에 범인을 대신해 감쪽같이 증거를 인멸해주는 이들마저 존재하는 하는 아주 기묘한 곳.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다지. 아침 일찍 일을 시작하는 준호는 언제나 범행 현장을 목격하는 유일한 증인이었다. 준호는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는 이 시답잖은 각본과 자신의 역할이 꽤 마음에 들었다. 만약 준호의 주변인 중 하나라도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너 답지 않다며 얼떨떨한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어른스럽다 한들, 고작해야 열일곱 먹은 사내애다. 종종 엉뚱한 공상을 할만했다.
자전거 위의 준호는 사람 하나 보이지 않는 도시를 경쾌하게 가로질렀다. 자전거 뒤에 사다리와 신문 뭉텅이를 가득 실은 기묘한 행색이었지만, 그 정도 짐이야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과시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바닥에 널린 쓰레기를 요령 좋게 피하고, 기세 좋게 페달을 밟았다. 자전거는 영원히 이어져 있을 것 같은 도로를 재빠르게 내달렸다. 속도감이 느껴질 무렵이면 서늘한 아침 바람이 뺨을 스쳤고, 잘 정리된 머리칼을 이리저리 헝클였다. 준호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면서 홀가분한 자유를 만끽했다. 곧 단정한 얼굴에 옅은 웃음이 떠올랐다. 차분한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났다. 이대로 신선한 아침 공기가 폐에 가득 들어차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완벽하지 않기에 현실인 법. 상쾌한 아침 공기는커녕, 오물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래도 준호의 웃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도시의 주민으로 살아가려면, 이 정도는 감수해야 했다. 도시에서는 한낮의 부촌이 아닌 이상 언제 어디서든 쓰레기 냄새가 코를 찌르기 마련이니. 맨해튼에서 나고 자란 준호는 이 도시가 선사하는 모든 것이 익숙했다. 도시를, 그곳의 사람들을, 그곳에서 맞는 순간들을 사랑했다. 준호는 그 많은 것들 가운데서 지금 이 시간을 가장 사랑했다. 도시가 편안하고 안정된 고요를 선사하는, 누구도 깨어나지 않은 이른 아침 시간.
한바탕 질주를 즐긴 뒤 이윽고 5번가에 도착한 준호는 서서히 속도를 줄였다. 그는 가장 가까운 가로등에 다가가 자전거에서 내린 다음, 제 뒤에 실어두었던 간이 사다리를 꺼내 가로등에 기대 세웠다.
아침이 찾아오는 데에는 빛이 필요하다. 거대한 태양은 지평선 너머로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크게 당황한다. 자신이 뿜어내는 강렬한 빛을 주체할 수 없어서. 그러다가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넘실거리는 빛으로 온 세상을 물들여버린다. 그렇게 도시에 햇살이 흘러넘치면, 그제야 사람들은 잠에서 깨어나 아침을 맞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빛과 아침을 동일시 한다. 반드시 세상에 빛이 비쳐들어야 아침이 찾아오는 줄 안다. 하지만 모든 빛이 아침을 위한 포석은 아니다. 빛에도 종류가 있어, 아침이 되기 전 사라져야 하는 빛 또한 존재한다.
이를테면 밤사이 어두운 거리를 비추던 가로등 빛이라던가.
촛불끄개를 쥔 준호는 익숙하게 사다리를 올랐다. 아침이 오면 가로등 불은 무용해진다. 태양 빛에 비하면 보잘것없이 작은 불빛은, 어둠을 비춰주던 등불에서 쓸데없이 가스를 낭비하는 주범으로 전락한다. 그러니 준호의 역할은, 곧 쓸모 없어질 불빛을 완전히 꺼뜨리는 것. 다르게 말하면, 빛이 몰락하기 전, 등불의 명예를 지켜주는 것. 준호는 능숙한 손길로 전등에 달린 작은 창을 열어 남아있는 불씨를 촛불끄개로 완전히 덮었다. 퍽, 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기도 했다. 위로 피어오르지 못한 가느다란 연기가 촛불끄개 아래로 번졌다.
그럼 준호는 창을 닫고 사다리에서 내려온다. 사다리를 잘 접어 자전거에 싣고, 훌쩍 안장에 올라 다시 힘차게 페달을 밟는다. 준호는 이후로 몇 번이고 똑같은 일을 반복한다. 그와 동시에 조간신문을 능숙한 손길로 구독자들의 저택 담장 너머로 휙휙 던져 넣는 것을 잊지 않는다.
부지런히 움직이기를 한참, 어느새 5번가의 끄트머리였다. 맨해튼의 동쪽에 위치한 머레이 힐, 머레이 힐의 서쪽에 위치한 5번가, 그리고 5번가의 가장 서쪽에 있는 마지막 저택. 적갈색 벽돌 저택이 가까워지자, 자전거의 속도는 점차 느려진다. 상기된 소년의 얼굴에는 마음속에서 피어오른 기대감이 드러난다. 부촌인 머레이 힐, 점등꾼이자 신문배달부인 소년. 그 둘은 완전히 다른 세상에 속했다. 그러나 다른 세상의 주민도, 같은 순간을 공유할 수 있다. 그런 일이 아주 드물게 일어날 뿐이다. 그리고 소년은 그 드문 행운을 누리고 있는 이였다. 그래서 소년은 기대했다. 소년은 자신이 기대할만한 것이 하나도 없는 다른 세상에서, 제 마음을 내어줄만한 것을 찾은 자였다.
오늘은 그가 행운을 누릴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날임에도, 준호의 가슴은 제멋대로 부풀어올랐다. 5월 중순의 화요일. 기숙학교가 방학을 맞았을 시기는 아니다. 주말 또한 아니었다. 그러니 분명 준호가 기대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머리로는 잘 알고 있는 사실리지만, 그것은 소년의 부푼 기대를 쉽사리 꺼뜨리지 못했다. 준호는 5번가의 마지막 가로등에 사다리를 세워 오른 뒤, 적갈색 벽돌 저택의 2층 창문을 바라봤다. 2층의 가장 오른쪽 창문은 다소 바깥을 향해 튀어나온 형태였는데, 방 주인이 자리를 비울 때면 늘 두꺼운 커튼을 쳐두는 곳이었다. 준호는 매번 커튼의 형태로 방 주인의 유무를 추측했다. 학기 중에는 늘 커튼으로 꼭꼭 가려져 있지만, 학기 중의 주말, 혹은 방학이면 어김없이 이 시간부터 커튼이 활짝 걷어져 있는 창. 그러니 오늘은 두꺼운 커튼이 창문을 전부 가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준호의 시선에 담긴 커튼은 젖혀진 채였다. 근 몇 달간 한 번도 걷어진 적 없는 커튼이, 오늘은 양쪽으로 활짝 열려 반짝반짝 빛나는 유리창을 그대로 내보이고 있었다. 준호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일순 중심을 잃고 사다리에서 떨어질 뻔했다. 기대하면서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 일이, 준호의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간신히 중심을 잡은 준호가 전등의 작은 창을 허둥지둥 연다.
그러자 퇴창 너머로 촛대를 든 여자가 나타난다.
준호는 촛불끄개를 들어 남은 불씨를 덮는다.
그때 창문 저편의 여자는 성냥을 그어 촛불에 불을 붙인다.
그런 다음 여자는, 고개를 들어 창밖을 바라본다.
그 순간, 준호와 여자는 눈이 마주친다.
그렇게 주고받는 잠깐의 눈인사. 그 뒤로 이어지는 각자의 세상을 향한 복귀.
준호는 이 비밀스럽고 신비로운 관계를 제법 좋아했다. 비록 저 여자에 대한 것은 하나도 모르지만, 그리고 상대방도 준호에 대한 것은 하나도 알지 못하겠지만, 서로 말 한 번 나누어 본 적 없고, 5초 동안 짧은 눈인사를 하는 것이 전부지만, 심지어 그 눈인사조차 준호 혼자만의 착각일지 모르고 눈이 마주쳤다고 여기게 되는 건 높은 확률로 기분 탓이겠지만. 그러니까 둘은 아무런 관계도 형성하지 않은 완전한 타인일 것이다. 그럼에도 준호는 그 짧은 시간을 좋아했다. 자신은 불을 끄고, 상대방은 불을 켜는, 두 세상이 잠시나마 교차하는 순간.
준호는 전등에 달린 창을 닫고, 사다리에서 내려가기 위해 고개를 돌렸다. 아니, 돌리려 했다. 그야 늘 그랬으니 말이다. 그들은 언제나 잠깐의 시간을 공유한 뒤, 언제 그랬냐는듯 각자의 세상으로 돌아갔다. 손을 흔드는 것 같은 간단한 표현조차 나눈 적 없다. 그러나 준호가 고개를 돌리기 전, 여자는 작게 입을 벌렸다. 그리고 소리 없이 이어지는 입 모양.
‘안녕.’
준호는 이번에야말로 정말로 사다리에서 떨어질 뻔했다. 추락하려는 몸을 붙들기 위해 사다리를 단단히 붙들고, 어긋난 발을 바로 하고, 곧 떨어질 것 같은 안경과 모자를 고쳐 썼다. 자세를 가다듬은 준호는 머뭇거렸다. 자신이 답을 돌려주어도 괜찮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도망치는 건 세상에서 가장 어리석은 짓이겠지. 우물쭈물 하던 준호는 결국, 여자가 한 것처럼, 입 모양만으로 답했다.
‘안녕하세요.’
아마 무척 바보 같아 보였을 어색한 웃음과 함께. 그러자 여자는, 음……. 어떤 반응을 보였더라. 아마 작게 웃었던 것 같다. 특유의 멍해 보이는 얼굴이 눈을 가느스름하게 접고 입꼬리를 조금 올렸던가.
일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준호는 힘차게 페달을 밟았다. 어쩐지 몸이 가벼웠다. 그것이 비단 조간신문의 무게가 사라졌기 때문만이 아님을 준호도 알았다. 햇빛이 들어차기 시작한 거리에는 청소부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준호는 그들에게 친근하게 인사하면서도, 머릿속을 꽉 채운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밤 사이의 범죄 현장, 비밀스러운 아침 인사.
5번가 끄트머리의 적갈색 벽돌집에 사는 여자.
준호가 배달하는 신문을 구독하지 않는 집안.
퇴창이 난 가장 오른쪽 방에 머무는 기숙학교 여학생.
이른 아침에 깨어나 커튼을 걷고 촛불에 불을 붙이는 이.
그리고 준호가 하루 중 가장 먼저 만나는 사람.
좋아하는 것과 알고 있는 것의 경계가 모호했다.
*
창 너머의 여자와 입 모양으로 인사를 나누었다 하여 준호의 일상이 달라지진 않았다. 매일 아침 자전거에 올라 가로등 불을 끄고, 조간신문을 배달한다. 5번가 끄트머리의 마지막 집에 사는 창문 너머의 여자와 눈인사를 하고, 가끔 돈이 더 필요할 때면 거리에서 석간을 판다. 이런 일상이 줄곧 이어졌다. 그동안 준호와 여자는 두 번 다시 입 모양으로 인사말을 나누지 않았다. 언제 그랬냐는 듯, 둘은 진정 나눈 것인지 확실할 수도 없는 눈인사만을 나눴다. 여자는 매일 아침 퇴창 너머 모습을 드러냈다. 준호가 다른 이들에게 물어본 바에 따르면 부잣집 아이들이 다니는 기숙학교 중 그 어떤 곳도 방학을 한 곳은 없었다. 그러나 여자는 늘 창문 너머로 모습을 드러냈고, 그 이유를 준호가 알 방법은 없었다.
여자와의 눈인사가 작은 습관으로 자리잡게 되었을 때부터, 준호는 줄곧 필담으로나마 여자에게 말을 걸어볼까 고민해왔다. 필담도 결국 대화고 소통이다. 필담을 통해 그들은 어떤 관계를 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여자’가 아닌 상대와 함께, 이름을 붙일 수 있는 관계를. 그러나 준호는 이 생각을 한 번도 직접 실행에 옮긴 적은 없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지만, 그것들은 좀체 하나로 묶이지 않았다. 준호조차 어지럽게 뻗어나가는 우려가 대체 무엇인지 명료히 정의하지 못했다.
쉽게 말해 이런 것이다. 만약 준호가 필담을 시도했는데, 여자가 아무런 반응도 해주지 않는다면? 그렇게 준호가 좋아하던 일상이 전부 신기루였다는 사실이 증명된다면? 입 모양으로 인사말을 건넨 것이 단지 하루만의 변덕이었다면? 여자는 단 한 번도 준호와 눈인사를 나눈 적이 없었던 것이라면? 준호는 비겁한 겁쟁이는 아니었다. 그러나 열일곱 소년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본디 준호는 자신의 입장과 한계, 그리고 처지를 명확히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준호는 언제나 그 선 안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일을 했다. 넘을 수 없는 선이 있다는 것을, 자신이 넘지 못하는 선을 쉽사리 넘는 이들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에 절망하는 대신 자신의 현실을 살았다. 당장의 즐거움을 찾았다. 그리고 즐거움에 따라오는 기쁨을 누렸다. 그 기쁨을 원동력 삼아 목표로 향했다. 그 과정에 다른 이들이, 자신이 넘지 못하는 선을 넘을 수 있는 이들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그들에게 역할을 나누어줬다. 그렇게 그들을 응원하며 함께 나아간다. 그건이 준호라는 사람이다. 어쨌든 자신이 바라는 길에 자신이 있을 수만 있다면, 준호는 얼마고 무엇이고 전부 기다릴 수 있는 이다.
문제는 이 상황에 있어 준호는 철저히 혼자였다. 준호는 언제고 끊길 수 있는 길 위에 있있다. 준호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다른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걷고자 하는 길 위에서의 모든 경험을 사랑하는 것은, 그 길이 허무하게 끊기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어딘가에 도착하기는 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창문 하나를 사이에 둔 이 얄팍한 관계는, 그 얄팍함만큼이나 길이 좁았다. 준호 단 한 사람만이 걸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길은 몹시 불안정했다. 언제 사라질 지 알 수 없었다. 앞에 둔 길이 사라지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준호가 여태 걸어온 길마저 모조리 사라질 가능성이 다분했다. 준호가 자신의 경험을 사랑할 수 없도록, 모든 것을 무로 돌릴 위험이 있었다. 불확실함은 좁고 흐릿한 길을 자꾸만 갉아먹었다.
따라서 이건 준호에게 몹시 예외적인 사건이었다. 자신의 강점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은 그에게 명백히 불리했다. 더군다나 그 불리함은 준호의 비겁한 방패가 되길 원했다. 준호는 자신이 불리하다는 핑계를 대며 같은 자리를 맴돌고, 새로운 길로 나아가길 거부하고 싶다는 마음에 종종 사로잡혔다. 준호는 그만큼 ‘여자’와의 시간을 빼앗기고 싶지 않았다. 준호는 자신이 유치하고 어리숙한 사춘기 애송이처럼 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하지만, 하지만……. 준호의 모든 사고를 완전히 틀어막는 수많은 ‘하지만’들.
그래서 준호는 단 한 번도 눈인사 이상의 무언가를 시도하지 않았다. 못 한 것인지, 하지 않은 것인지. 그로서도 알 수 없었다.
*
준호가 여자와 입 모양으로 짧은 인사말을 나눈 날로부터 한 달이 지난 뒤, 어느 날 준호는 한 가지 일을 더 떠맡게 됐다. 대단한 건 아니었다. 단지 해가 질 시간에 가로등 불을 켜던 다른 점등꾼이 준호에게 오늘 하루만 자신을 대신해 줄 수는 없겠느냐 부탁한 것이다. 딸아이의 생일이라 그렇다고, 그날 치 일당은 네게 주겠다는 말에 준호는 흔쾌히 승낙했고, 저녁 시간이 되었을 때 자전거에 올랐다.
저녁 시간의 머레이 힐은 준호가 익히 알고 있는 모습과 많이 달랐다. 온갖 사람들이 모여 사는 번잡스러운 맨해튼에서 이런 동네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준호는 처음 알았다. 머레이 힐은 깨끗했고, 사람들이 거리를 꽉 채우고 있지도 않았으며, 구두닦이 소년이나 신문팔이 소년들이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지도 않았다. 거리에 있는 사람들은 질 좋은 옷을 입고 있었고, 화려하게 치장해 반짝거렸다. 길가의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상점들은 잘 꾸며진 태가 났고, 흠 없이 가꾸어진 도로에는 마차와 자동차가 뒤섞여 오갔다.
준호는 익숙하고도 낯선 길을 자전거로 천천히 가로질렀다. 아침과 달리 사람들이 거리를 오가는 탓에 빠른 속도로 달릴 수 없었다. 준호는 신문을 싣지 않아 가벼운 자전거를, 느린 속도로 어색하게 몰았다. 그러고는 곧 아침에 하듯 가로등 앞에서 자전거를 멈춘 뒤, 사다리를 꺼내 세웠다. 사다리에 올라 전등에 난 작은 창을 열었다. 다만 이번에는 촛불끄개로 불씨를 덮는 대신 품에서 성냥갑을 꺼냈다. 성냥을 긋고, 전등에 불을 댕겼다. 불이 잘 붙었는지 확인한 다음, 작은 창을 닫고 사다리에서 내려와 자전거에 오른다. 그리고 이어지는 반복 작업. 결국 매일 아침과 다를 바 없이 마지막 가로등에 도착한다. 5번가의 끄트머리에 위치한 적갈색 벽돌 저택 앞의 가로등.
이번에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그럴 필요가 없었다. 준호는 거리를 아주 천천히 가로질러야 했으니. 자전거에서 내리고, 사다리를 세운다. 그때 저택의 2층 우측에 난 창문을 잠시 바라봤지만, 커튼이 전부 걷어져 있었음에도 창문 너머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준호는 치켜들었던 고개를 내리고, 사다리를 올랐다. 아침의 일상이 저녁에도 똑같이 적용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러니 새삼 실망할 일은 아니었다. 그렇게 사다리를 반쯤 올랐을 때, 저택의 담장에 가려져 있어 보이지 않던 1층이 준호의 눈에 들어왔다. 1층에는 벽의 3분의 1 정도를 차지하는 아주 커다란 창이 나 있었다. 창문 너머로 보이는 것은 꽃병이 올려진 기다란 식탁과 의자들. 다이닝 룸인 모양이었다. 준호는 그 풍경을 빤히 바라봤다. 따스하고 안락한 분위기가 감도는 커다란 방, 그리고 방을 메운 갖가지 장식. 준호에게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나 다름없었다. 바라보기를 한참, 어느 순간 방 안의 그림자가 일렁이고 어떤 인영이 모습을 나타냈다. 다름 아닌 커다란 촛대를 손에 쥔 여자가.
준호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용케 사다리를 다시 붙든 준호는 하던 일도 잊은 채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봤다. 준호가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매일 아침 준호와 눈인사를 나누는 여자. 여자는 느리지만 어딘가 경쾌한 감이 있는 발걸음으로 식탁에 다가갔다. 그런 다음 촛대를 식탁 위에 올려놓고, 화병을 저만치 치우고, 다시 촛대 앞으로 돌아와 성냥과 양초를 꺼낸다.
여자는 촛대에 양초를 하나씩 꽂았다. 양초는 총 7개였다. 여자는 가장 왼쪽에 있는 양초부터 하나씩 차례로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성냥을 긋고, 불씨를 옮긴다. 첫 번째, 두 번째, 세 번째까지. 성냥이 짧아지자 불을 끄고, 새로운 성냥을 꺼내 다시 불을 댕긴다. 그리고 이어지는 반복 작업. 다만 이번에는 가장 오른쪽 양초부터. 하나, 둘, 셋. 이번에는 짧아진 성냥을 버리고 새 것을 꺼내는 대신, 정 중앙의, 다른 초들보다 약간 더 솟아있는 양초에까지 불을 붙인다. 촛대의 초들에 전부 불이 붙자 방은 주홍색 빛으로 환해졌다. 어둠이 깔려있던 방이 빛으로 가득 찬 것을 확인한 여자는 간단한 뒷정리를 끝내고 방을 나섰다. 눈은 단 한 번도 마주치지 않았지만, 준호는 그 뒤로도 한참이나 다이닝 룸을 구경했다. 이제는 훈훈한 공기가 감도는 것 같은, 따스한 분위기의 화려한 방을.
준호가 정신을 차린 것은, 이미 해가 지평선을 저만치 넘어가고 있을 때였다. 준호는 그대로 사다리를 내려왔다. 성냥을 품에서 꺼내지 않았다. 불을 댕기지 않았다. 그곳에는 굳이 가로등 빛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준호는 텅 빈 가로등을 뒤로하고 자전거에 올라 천천히 페달을 밟았다.
6월 중순과 하순의 경계는 후덥지근한 날씨를 뿌리고 있었지만, 준호는 땀에 젖은 상태로도 상쾌한 기분이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
준호가 저녁에 가로등 불을 켠 날로부터 또다시 한 달이 지났다. 준호의 일상은 여전했다. 가로등 불을 끄고 신문을 배달한다. 창문 너머로 착각인지 알 수 없는 눈인사를 나눈다. 그동안 도시의 분위기는 날이 지날수록 흉흉해졌다. 날 선 공기가 허공을 맴돌았다. 어쩌면 그렇게 느낀 것은 준호를 비롯한 소년들 뿐이었을지도 모른다. 머레이 힐은 언제나 그렇듯 변함없이 평화로워 보였으니.
준호는 7월이 된 뒤로는 단 한 번도 거리에서 석간신문을 팔지 않았다. 구독자들에게 조간신문을 배달하는 것은 괜찮았지만, 오후에 거리에 나가 신문을 파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다. 그런 시기였다. 도시의 신문팔이 소년들은 집회를 벌였고, 그 수는 날이 갈수록 불어났다. 감히 거리에서 신문을 파는 배신자는 성난 신문팔이 소년들에게 끌려가 구타당했다. 7월 중순이 되자 집회를 벌이는 신문팔이 소년들의 수는 수천 명이 되었다. 사람들은 신문을 보이콧 했다. 자연스레 준호가 배달해야 하는 조간신문의 수가 줄었다. 신문에는 신문팔이 소년들을 비난하기도, 두둔하기도 하는 갖가지 사설이 실렸다.
준호는 집회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준호는 조금 애매한 위치였다. 그는 기초 학교를 졸업한 상태였고, 점등꾼 일을 하고 있었으며, 조간신문 배달부이기도 했다. 준호에게 거리에 나가 석간신문을 파는 일은 부업에 가까웠다. 준호는 학교 수업을 마친 뒤에야 거리로 나서 신문을 팔 수 있는 여느 소년들과는 사정이 조금 달랐다. 하지만 준호는 파업과 집회에 관심을 가졌다. 그가 학교에 있을 적 알던 이들이 전면으로 나섰기 때문이기도 했고, 준호의 개인적인 흥미 때문이기도 했다. 준호가 알던 학교 후배들 중 호전적인 몇은 진작 거리로 뛰쳐나간지 오래였다. 신문 배달을 하는 준호에게는 괜히 배신자라는 오해를 사지 않게 조심하라는 말을 남긴 채. 그들 중 앞에 나서는 데에 재능이 있는 이들은 집회장의 연단에 올랐다. 행진하는 무리의 가장 앞에 섰다. 준호가 일상을 보내는 사이 그들은 격류를 거스르고 있었다.
그렇다고 준호가 모든 상황을 멀거니 지켜보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준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이른 아침, 자전거로 도시를 누빌 때면 전단지를 뿌렸다. 보이콧을 유도하는 플랜카드를 걸었다. 파업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준호는 그 길 한가운데에 있고 싶었다. 성패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준호는 내심 변화를 원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일련의 움직임이 변화를 향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래서 준호는 기꺼이 그 길에 올랐다.
*
시간은 쏜살같이 흘러 어느덧 7월 말. 혼란과 분열을 몇 번 겪으며 이리저리 흔들리던 파업은 슬슬 소강상태에 들어서고 있었다. 준호는 그 사실에 실망하지 않았다. 어쨌든 신문팔이 소년들은 거리로 쏟아져 나왔었다. 그들은 지금도 집회를 열었다. 여전히 신문을 팔지 않았다. 그리고 준호 또한 자신이 할 일을 했다. 전단지를 뿌리고 플랜카드를 걸었다. 전면에 나선 제 친우들을 독려했다. 그들은 다 함께 같은 길을 걸었다. 그 사실은 예견된 실패를 견딜 수 있게 했다. 그래서 준호는 오늘도 조간신문과 사다리, 그리고 수백 장의 전단지 뭉치를 실은 자전거의 페달을 밟았다.
준호는 늘 반복해 온 똑같은 일을 했다. 이른 새벽, 5번가의 가로등 불을 끄고, 조간신문을 배달한다. 준호는 부지런히 주어진 일을 반복했다. 그렇게 한참, 신문을 전부 배달하고, 가로등 불 대부분을 끈 준호의 손에는 신문 한 부가 남아 있었다. 분명 빠짐없이 배달했거늘, 한 부 더 받아 온 모양이지. 준호는 그러려니 하며 신문을 반으로 접었다. 간혹 생기는 실수였다. 그러자 신문의 1면에 적힌 기사 제목이 준호의 눈에 들어왔다. 근 한 달 내내 웬만한 신문의 1면은 파업과 관련된 소식을 담고 있었기에 그 내용 자체가 준호의 흥미를 끈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1면에 실린 것은 딱딱한 기사가 아닌 어느 사설이었다.
《함께하면 승리를 거머쥐리니!》
준호는 홀린 듯 사설을 읽어내렸다. 얼마 전 어빙홀에서 있었던 애니 켈리의 연설을 모티브 삼은 것이 보였다. 그럼에도 사설은 흥미로웠다. 짧고도 긴 글은 그들이 모두 모여 함께 나아간 것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를 토로했다. 설령 이 거대한 움직임이 실패하더라도, 흐름 위에 올랐던 이들이 실패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격려했다. 그들에게 포기하지 않을 것을 요구했다. 앞에 나서지 않는 것이 비겁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중요하지 않아 보이는, 행렬의 맨 앞줄에 서지 않는 이는 때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맡고 있다며 그들의 존재를 잊지 말 것을 강조했다.
글을 전부 읽은 준호의 가슴은 이유 모를 벅참으로 빠듯해졌다. 그러니까 준호는,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익명의 사설 기고자에게 자신의 정체성 전부를 긍정 받은 기분이었다. 기고자 명을 표기하는 곳에는 짧은 이름이 적혀있었다.
‘명은’
여자 이름이 분명했다. 그리고 아마 가명일 터. 그러나 준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누군가는 별것 아니라 혀를 찰 이 글이, 준호의 속 깊은 곳에서 아우성치던 혼란을 잠재웠다. 그의 존재를 세상 앞에 끄집어냈다. 그가 믿고 있던 가치를 자신도 믿고 있노라고 밝혔다.
그렇게 텅 빈 거리 한가운데에서 신문을 쥔 채 한참을 서 있던 준호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고개를 들자 익숙한 적갈색 벽돌 저택이 보였다. 어느새 5번가의 끄트머리였다. 곧 해가 떠오를 것 같이 어슴푸레한 하늘에서 푸른빛이 사라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도, 저택 2층의 가장 오른쪽 창문에서 여자가 나타났다. 여자의 모습이 보이자 준호는 무슨 변덕이 생긴 것인지, 평소처럼 간단한 눈인사를 하는 대신, 그가 조금 전 읽은 사설이 여자에게 보이도록 신문을 번쩍 들어 올렸다. 아직 달구어지지 않은 아침 공기와, 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하늘을 배경 삼아서, 환한 웃음과 함께.
자신이 분명 엄청나게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을 것임을 준호는 알았다. 그러고 보니 여자에겐 언제나 바보 같은 웃음만 보여주는 것 같았지만, 아무렴 어떤가. 그런 사소한 것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준호는 어째서 자신이 난데없이 이 신문을 들어 올려 보여주려는 마음이 들었는지 몰랐다. 따지고 보면 이것도 필담 아니겠느냐 같은 변명이 잠시 스쳐 지나갔다. 복잡한 생각을 뒤로 한 채, 준호는 팔을 더 높이 들어 올렸다. 손에 쥔 신문을 조금 흔들기까지 했다.
그리고 그때 준호가 확인한 여자의 모습은
평소처럼 성냥을 그어 촛불을 밝히는 것도 잊은 두 손
당황이 번졌다가 이내 눈에 띄는 웃음이 가득 들어차는 말간 얼굴
이번에는 확신할 수 있었다
여자는 환히 웃었다
그래서 준호는 조금 행복해졌다
아침과 신문, 점등꾼과 여자
준호는 그것으로 되었다
*
다음 날 아침, 준호는 오늘도 평소의 일상을 반복했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나니, 늘 그렇듯 익숙한 5번가의 끄트머리가 나타났다. 자연스레 어제 있었던 일이 떠올랐고, 약간의 머쓱함과 부끄러움, 그리고 어색함이 몰려왔다. 준호는 간지러운 기분이 탓에 페달을 밟는 속도를 서서히 줄였다. 오늘은 창 너머로 눈인사를 하다 말고 얼굴이 달아오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긴장과 설렘을 동시에 느끼며 적갈색 벽돌집의 앞에 자전거를 멈추어 세웠다. 그리고 익숙하게 고개를 치켜 들었다. 2층의 맨 오른쪽 창문.
그러나 그곳은 오늘,
두꺼운 커튼이 쳐져 있었다.
그 다음날도, 다다음날도, 일주일 뒤에도.
준호가 신문을 들어 올려 보여준 뒤로 커튼은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그렇게 2주가 지났다. 여러 곡절이 있었지만 어쨌든 파업은 끝이 났다. 신문팔이 소년들은 피켓 대신 신문을 들고 다시 거리로 나왔다. 준호의 자전거는 전과 같이 가벼워졌다. 그러나 준호의 마음은 사라진 무게의 몇 배만큼이나 무거웠다. 준호는 매일 아침 5번가의 끄트머리에 있는 그 집의 창문을 해가 뜰 때까지 바라봤다. 그러나 창문은 언제나 묵묵부답. 준호는 그 사실에 조금 침울해졌다.
창문이 응답하지 않게 된 지 2주가 되는 날의 바로 다음 날.
준호는 머레이 힐 5번가 끄트머리에 있는 적갈색 벽돌 저택에 이삿짐이 들어가는 모습을 보았다. 천으로 싼 거대한 가구들을 옮기기 위해 일꾼들이 용을 썼다. 자전거 손잡이를 잡은 준호는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 그날로부터 며칠 뒤, 준호가 배달해야 하는 조간신문은 한 부가 더 늘었다.
준호는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서운함을 느낄만한 사이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마음은 이것을 상실로 받아들였다. 그래서 준호는 자신이 평소 하던,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매일 이른 아침 자전거를 몰고 가로등 불을 껐다. 조간신문을 배달했다. 왜냐하면 준호는 한 가지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 얄팍한 관계와 깊은 상실이 준호에게 남기고 간 것이 있었기에.
세상 모든 것에는 상반된 두 방향이 존재한다.
불을 꺼야 찾아오는 아침도, 불을 켜야 찾아오는 밤도, 다른 하나 없이는 올 수 없다. 불을 켜는 자가 있다면, 불을 끄는 자도 있어야 한다.
그래서 준호는 오늘도 가로등 불을 껐다. 여자는 어디선가 촛불을 켰을 테니. 아침에도, 저녁에도, 그들은 불을 켜고 끈다. 아침과 밤이 오간다. 그렇게 세상은 그들의 일부가 된다.
준호는 익숙하게 아침을 열었다. 강렬한 햇살이 도시를 가득 채울 때, 왔던 길을 천천히 되돌아간다. 웃음이 비죽 새어 나왔다. 준호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SLAM DUNK'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타로 010 :: 그렇게 되었다 (0) | 2024.05.18 |
|---|---|
| 타로 009 :: ○○バレ (0) | 2024.03.28 |
| 타로 008 :: 기적 (0) | 2023.12.28 |
| 타로 007 :: 仮面 (0) | 2023.08.27 |
| 소리 내지 않고 걷는 사람 (0) | 2023.08.25 |